노무현은 무슨 재주로 주가를 띄웠을까
[칼럼] MB정부, 재벌총수 사면은 제2의 IMF 시작!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기간의 한국 경제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경제 심리에 관한 것인데,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무슨 사연들이 담겨 있는지는 모르지만 입만 벌리면 “경제가 너무 나빠져 못 살겠다”는 사람들 천지였다. 이 사람들은 또다시 외환위기 소리가 나오는 2008년의 상황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심리가 아닌 구체적 숫자로 나타나는 노무현 경제의 또 하나 특징은 엄청난 주가 상승이다. 노 전 대통령 취임일인 2003년 2월25일 종합주가지수는 592.25였다. 그가 퇴임하기 전 마지막 주식거래일인 2008년 2월22일의 지수는 1686.45다. 2007년 7월25일에는 2000선도 넘어선 적이 있고 그해 10월31일에는 2064.85라는 엄청난 수치를 자랑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시장 경제에서 주가는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더 대표성을 갖는 경제지표로도 평가된다.
GDP는 단순 수치만 갖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GDP 성장률 4%라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초라한 성적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미국의 GDP 4% 성장은 경기 과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GDP 수치의 해석도 달라진다.
이에 반해 주가 상승률은 국가를 막론하고 그 나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치 상승으로 직결된다. (주가 조작이라는 매우 고약한 범죄 행위도 있긴 하지만 국가 전체의 주가 수준을 논할 때는 이런 교란 효과는 대부분 제거되기 마련이다.)
경제 심리로는 거의 흉년에 가까웠던 노무현 경제지만 주가상승률 만큼은 큰소리 한번 정도는 칠만 하다.
이렇게 주가를 띄운 비결이 혹시 있다면 이후의 정권들이 두루두루 필독 참고를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런 비결이 과연 있기는 한건가.
아주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참여정부 집권기 주가 상승은 국제적으로 떠도는 돈이 넘쳐났다는 게 일차적인 이유다. 그래서 주가 상승 또한 참여정부가 잘 한건 아무 것도 없고 그 시절 전 세계 공통 현상이었을 뿐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와 같은 회의적인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참여정부 이전엔 주머니에 주체 못할 정도로 돈이 넘쳐나는 외국인이라도 한국 주식을 살 때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었기 때문이다.
달러환율이 마구 떨어지다가 휴전선의 김정일 초상화에 약간의 변화 조짐만 보여도 바로 상승세로 돌변하는 것이 한국의 특수 상황이다.
떠도는 돈들이 이제는 한국도 들어가 보자고 마음을 바꾼 계기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참여정부 중반 이후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했던 뭔가가 주가 상승을 초래했지만 참여정부가 그 정책을 집행할 때 주가 상승을 의도했던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 보자면 소가 뒷걸음질 치는 격으로 다른 목적으로 행한 일인데 뜻밖의 주가 상승이 된 모양새다.
회장님들이 감방에 계시면 주가는 올라가더라
2001년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자료에 따르면 이때만 해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아시아 12개 주요국가 중 9등으로 인도네시아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의 주식 좀 사보려는 외국인이 있다가도 공정한 게임의 보장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끝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재벌 회장들이 겨우 1% 주식으로 문어발 기업들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불투명 경영은 한국의 난치병이었다. 회장이 가진 주식 1주는 일반 투자자의 주식보다 7배 또는 10배 20배의 권리를 행사하는 구조다.
그 뿐인가. 재벌 총수는 사실상 사법적인 특권도 주어졌다. 법을 어겨도 “어려운 때 기업인들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 처벌이 면제되거나 솜방망이에 그치기 일쑤였다.
세상은 넓고 시장은 많은데 뭐 하러 이런 불공정한 시장을 굳이 찾아내서 뛰어들겠는가.
불치병일 것 같던 한국의 불투명 지배구조도 고칠 수 있다는 희망이 나타난 건 2003년 SK그룹의 비자금 사건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큼직하게 최태원 SK회장이 죄수복 입고 포승에 묶인 사진이 게재됐다. 일차적으로는 “어쩌다 이런 망극한 지경까지 갔나”는 안타까운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차적으로는 ‘이제 공정한 룰이 일체의 차별 없이 적용되나보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2004년부터는 공정거래법에서 재벌 보험사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금산분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법률들이 나왔다.
그때마다 야당과 경제단체는 “좌파 정책” “외국에 기업을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법률들로 인해 회사를 공산주의자나 외국인들에게 빼앗긴 재벌 회장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회장들이 갖고 있는 주가가 엄청나게 비싸져서 경영권 방어벽이 더욱 든든해졌을 뿐이다.
2008년 광복절을 즈음해 재계단체들이 재벌 회장들의 무더기 사면을 건의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대상자인 회장들이라고 해서 현재 수감 중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면 안 된다고 해서 그들이 특별히 더 불편할 것도 없다. 국회의원 선거라도 나설 게 아니라면 말이다.
실익이 없지만 기분이 나빠서 사면 받으려는 것이라면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솜방망이 처벌이라도 받고 있었는데 그조차 없어진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과연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있는가’라는 예전의 족쇄를 다시 차게 될 우려가 매우 높아진다.
지금 들어온 자본이 일거에 모두 떠난다면 그게 바로 제2의 IMF
주가가 올라간 것에 참여정부가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 있고 없고는 현 시점에서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올라간 주가가 경우에 따라서 앞으로 얼마나 위험한 요소일 수 있는가를 면밀하게 따지는 게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주가 상승기에 엄청난 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왔고 그 중 일부가 상황변화에 따라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들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요인이 모두 사라진다면, 다시 말해 어마어마한 자본이 일거에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 된다면? 그게 바로 외환위기의 재판이 될 것이다.
유가 폭등과 같은 고전적인 악재로는 1997년과 같은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1997년 위기는 국가 관리의 부실에서 비롯된 기술적 문제이지 자원이 부족했거나 국민들이 게을렀던 탓이 아니다.
무조건 경제인들 기를 살리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게 경제를 살리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공정한 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게 현 단계 한국의 정책 당국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로 보인다.
“이 어려운 때 재벌 회장을 왜 핍박하나” 라는 식의 강변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차관을 하던 1996년 이전에나 어울릴 소리다.
장경순/경제전문기자 kschang@dailys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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