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집안(輯安)이 아닌 지안(集安)인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풍신수길(豊臣秀吉)을 어째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써야 하는가”, “고구려문화의 발상지인 집안(輯安)은 왜 지안(集安)으로 불러야 하나.”
언어생활에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는 한자(漢字)의 원음주의(原音主義) 표기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동양의 인명 지명은 원지음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문교부가 1986년 ‘외래의 표기법’을 제정한 이후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이다.
송기중 서울대 교수는 “현행 표기법대로 중국어를 쓰더라도 중국인은 알아듣지 못한다”면서 “예컨대 주은래(周恩來)를 ‘저우언라이’라고 적고 발음하더라도 중국인은 알아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우언라이는 한국어도 중국어도 아닌 정체불명의 표기라는 것이다.
방인태 서울교대 교수는 만주 지방의 지명을 중국식으로 적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지안(集安)이라고 쓰고 있는 집안은 옛 사서에 있는 대로 집안(輯安)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교수는 “중국의 간화자에는 집(輯)자가 없기 때문에 집(集)으로 쓰고 있는 것도 모르고 그저 원음주의 표기에 따라, 그것도 지안으로만 쓴다면 이는 고구려의 지명이 아니라 중국의 지명이며 곧 중국의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태하 명지대 명예교수는 “원음주의 표기법에 따르면 선양(瀋陽)이 어디에 있는지, 후진타오(胡錦濤)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지식인도 알기 어렵다”면서 “豊臣秀吉(풍신수실)을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한국에서는 ‘풍신수길’, 중국에서는 ‘펑쳔슈지’로 발음해 온 것이 관행이었으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원음주의에 묶여 국어생활을 극도로 혼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백낙환)가 22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한자 인명.지명 원음주의 표기,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들과 함께 한자의 원음주의 표기에 관한 일반인의 설문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월간 ‘한글+한자문화’가 독자 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는 한자를 한국어 발음대로 표기하는 데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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